‘연명의료’를 올바로 적용 혹은 중단하기 위해서는 법제화에 앞서 병원윤리위원회 활성화가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연명의료와 관련해 의료진들의 전문 역량과 윤리적 소양 강화를 보다 실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논의가 다시 점화, 법제화 여부와 시행 방식에 대한 사회각계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가톨릭교회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에는 찬성하지만, 법제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섣부른 법제화는 소극적 안락사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죽음에 대한 의식 부족과 생명경시풍조 등도 법제화의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가 내놓은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초안)에 대해 교회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방식 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이 권고안은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가족들의 합의’를 내세우고 있어, 환자단체 등도 치료비 마련이 어려운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 중단에 내몰리는 현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산하 특별위가 권고하는 법제화에 관해 이동익 신부(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는 “연명의료와 관련해 환자 권리 등을 논의하는 것은 긍정적이며 필요한 과정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법제화의 부작용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며 “인간생명과 관련해 각종 법이 시행되면서 다양한 해석과 하위법 적용 등으로 본래의 법 취지를 무색케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산하 특별위 종교계측 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재우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도 “제도가 모든 것을 포괄하진 못하며, 그 제도 또한 취지에 맞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와 실행 주체의 바른 의식이 필요하다”며 “제도에 대한 분명한 윤리적 의미와 비전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것이 적용될 때 실천적 혼란 뿐 아니라 더욱 근본적인 윤리적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신부는 “병원윤리위원회는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까다로운 사안에 대해 숙고함으로써 의료의 윤리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구”라며 연명의료 중단을 위한 시급한 대안으로 병원윤리위 활성화를 꼽았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산하 특별위는 지난달 29일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수렴된 각계 의견을 최종 보고서에 반영해 7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