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대전지방법원이 최근 낙태 의사들에게 선고유예와 형 면제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18일 성명을 내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 주교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1953년부터 유지돼온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를 무력화시키고, '낙태죄 처벌 위헌 소원'에 대한 2012년 헌법재판소 합헌 판결을 뒤엎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전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지난달 태아를 낙태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4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및 형 면제 판결을 내렸다.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낙태를 금지하는 형법의 규범력은 유지되고 있지만 낙태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또한 가볍게 볼 수 없고, 사실상 낙태가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피고인들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주교는 "이번 판결은 사법부 스스로 법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법을 제대로 집행함으로써 사법부 권위를 지키고 태아를 보호하고 국민을 올바로 계도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주교는 또 "정부가 1973년 모자보건법 제정으로 낙태를 방조하고, 사법부는 이에 편승해 낙태를 수수방관함으로써 고귀한 태아 수천만 명이 살해되는 데 일조했다"면서 "힘없는 개인의 생명권을 해치는 잘못된 행위들을 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실정법이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처벌을 포기할 수는 있으나, 자연법에 위배되는 것을 옳다고 선언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촉구했다. 

　한편 프로라이프 연합회는 이에 앞서 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향후 불법 낙태에 대한 정당한 법적 억지력도 소멸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용인한다고 해서 낙태 시술 의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시류에 편승한 오류이며 △생명권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하위 가치인 여성의 자기결정권를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은 현행법마저 부정하는 매우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