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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과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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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밥이 되어 주세요" ”
우리 시대의 가정은 아프다. 사랑과 친밀감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혼 증가와 출산율 저하, 노인부양 등 여러가지 문제로 전통적 가족관이 흔들리고 있다. '명문대 진학'이라는 절대 목표에 밀려 인성교육은 설 자리가 없는 교육현장도 마찬가지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박일영 교수)는 10월 26일 가톨릭대 성심교정에서 '하느님을 담는 사회봉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생애와 사상에서 이 시대의 가정과 교육,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했다. 연구소 책임연구원 강영옥 박사는 '김 추기경의 가정 영성'을 주제로 한 연구논문 발표에서 "가족을 이야기할 때 어머니의 사랑은 본질적 주제"라며 "추기경의 경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소위 '비정상적 가족' 형태였음에도 그의 가족관은 어머니와 깊은 사랑으로 맺어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김 추기경이 쓴 어머니와 형님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가족은 가슴이 푹 파이도록 절절하게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이에 비춰 사랑이라는 본질적 물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가정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논문에 따르면, 김 추기경은 가족 위기의 근본 원인을 가치관의 전도로 보았다.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팽배하고, 인간존중에 대한 의식이 뒷전으로 밀려남으로써 가족 간의 사랑과 일치가 깨졌다는 것이다. 김 추기경은 "가정의 원동력은 바로 사랑"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가정공동체의 본질적 요소를 사랑이라고 강조하는 가톨릭교회 가정관과 같은 맥락이다. 추기경은 추상적 단어인 '사랑'을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밥이 되어주라"는 구체적 방식으로 설명했다. 강 박사는 "가족 문제는 한 가족 내의 문제만이 아니기에 사회ㆍ정책적 차원의 개입이 필수적이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없다"며 "가족이란 본질적으로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가족윤리를 재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규(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교수) 신부는 추기경의 인간관에서 교사의 영성을 추출했다. 최 신부는 "김 추기경은 물질우위의 사고방식, 권력과 금력 지향적 경향, 약육강식 경쟁이 청소년들 인간성을 타락시킨다고 걱정하면서 교사 역할을 강조했다"며 "특히 가톨릭 교사들은 인간교육을 하면서 참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을 성직(聖職)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추기경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 영성은 △말씀 안에서 생활하고 △소외된 이들을 배려하고 인간교육에 힘쓰는 등 그리스도처럼 가르치고 △사랑의 학교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 선임연구원 유정원 박사는 생태환경 위기 극복과 관련해 "모든 오염 원인인 인간이 참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근본 해법"이라는 추기경 말을 인용, 피조물의 고난에 동참할 줄 아는 인간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유 박사는 "이기심에 사로잡힌 끝없는 욕망 추구가 인간성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며 "인간성 회복과 깊은 연관이 있는 추기경 생태영성은 이 시대에 적절한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김병수(중국 상하이 서산신학교 교수) 신부는 '추기경의 사회적 영성은 중국 사회와 종교에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발표에서 "교회 안에 한류(韓流)적 인물이 한 명 있다면 그는 바로 김 추기경"이라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중국 사제들은 한국교회 성장에 감탄하며 그 비결을 묻는데다, 김 추기경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신부는 "중국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시대적 영성과 올바른 가치관이 제시되지 않으면 혼란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 사제들은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종교 의무와 가치를 체념하는 경향이 짙다. 사회 불의와 억압받는 민중에 대해 교회가 나서서 성명을 발표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김 신부는 "중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종교의 예언자 직분이며, 종교의 대사회적 기능을 일깨우는 것"이라며 "한국교회와 김 추기경의 경험, 영성, 신학은 중국교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평화신문 2012. 11. 04발행 [118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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