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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들의 수다] 아버지는 언제까지나 너희를 사랑한단다 ”
성 요셉대축일 기획 / 아버지학교 봉사자 방담
아버지들도 모두 한때는 태아였다. 영유아 시절과 청소년기를 거쳐 결혼과 출산의 관문을 통과하면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된다. 정규 영어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실시하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시대에 아버지로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평화신문이 성가정의 수호자인 성 요셉 대축일(19일)을 맞아 8일 서울 중구 삼일대로 평화방송 평화신문 사옥에서 마련한 '아버지들의 수다'는 뜨거웠다.
김항중씨(이하 김씨): 아버지는 시간이 흐르면 그냥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학교를 다녀오니 아버지가 되는 데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전대학교에서 24년째 교수(상담심리 전공)로 근무하며 5만 명이 넘는 학생을 만났습니다. 많은 돈과 에너지를 들여 대학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심리ㆍ정신적으로 부실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은 기대하기 어렵기에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졌어요. 제가 처음 대전교구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노운래씨(이하 노씨) : 저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아버지였습니다. 자녀들이 해 달라고 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아버지 역할인 줄 알았어요. 아이들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걸 본 아내가 저를 아버지학교로 등 떠밀었습니다.(웃음) 원유식씨(이하 원씨) : 큰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낙제점을 받은 성적표를 들고 왔습니다. "이걸 성적표라고 가져왔느냐?"며 성적표를 집어 던졌고, 아들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순간 아이의 눈물에서 제가 닮기 싫어했던 제 아버지의 모습을 봤습니다. '난 아버지처럼 살지 말아야지…'했는데 그 일이 제게 큰 상처가 됐습니다. 김씨 : 내 아버지의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더라도) 아버지를 용서해드려야 합니다. 내게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자녀에게 용서를 청해야 하고요. 원씨 : 맞아요, 용서는 그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고리에요. 김씨 : 용서는 인간적으로 약점이 있고, 아버지로서 경험이 없던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노씨 : 아직도 전 아버지 역할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노력할 뿐이지요. 한번은 퇴근 후 술자리에 있는데 아내가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아들이 컴퓨터만 하고 공부할 생각을 안 한다는 거예요. 전화를 끊자마자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대걸레 자루로 아들을 실컷 때리고 컴퓨터를 부숴서 밖으로 내던져 버렸습니다. 혼자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아버지로서 인내하는 마음이 없을까. 아버지학교에 다녀온 후에 아들에게 정식으로 미안하다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아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아들이 결혼하고 아버지가 돼서 저를 닮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김씨 : 자녀와 어느 정도 화해와 용서가 이뤄졌다는 것은 부자지간에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겁니다. 요즘 아버지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유인 것 같아요. 아버지들은 직장일로 정신없이 살아서 내면을 바라볼 시간이 없어요. 스스로 반성하는 노력 자체가 아버지를 성장시키지요. 원씨 : 저는 결혼하기 전부터 맞벌이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웠습니다. 제가 맞벌이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외롭게 자랐거든요.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도록 하는 게 (자녀교육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유년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없다는 게 미안해요. 아이들과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쳐 후회됩니다. 돌아보면 여행갈 수 있는 시간에 저는 바빴습니다. 그 일이 중요하기는 했지만 소중한 일은 아니었어요. 소중한 일과 중요한 일 중 어디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인가는 아버지가 맞닥뜨린 숙제입니다. 김씨 : 아버지들이 바쁘다 보니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아요. 행복의 가장 큰 터전은 가정인데. 저는 딸과 배낭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사춘기 시절에 딸을 힘들게 했어요. 노씨 : 요즘 아이들은 우리가 자랄 때보다 더 불행한 것 같아요. 우리는 절대적 빈곤 속에서 살았지만 아이들은 상대적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거기에 대중매체와 인터넷에 노출돼 있고요.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사랑과 인내가 더 필요합니다. 김씨 : 우리가 자녀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면 결국 부모에게 받은 나쁜 영향을 그대로 주게 됩니다. 우리 아버지들도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으니까요.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것처럼 자녀 입장에서 마음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줘야 합니다. 노씨 : 아버지가 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잘못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인정해야 하고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야 합니다. 요셉 성인이 아들 예수가 광야로 나갔을 때 기도하며 기다렸지요. 쫓아나가서 집으로 끌고 오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아버지들은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자녀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마음을 열어 달라"고 했다. 이어 "우리 아버지들은 가정경제만 돌보면 되는 시대에 살았지만 우리는 육아와 자녀교육의 책임과 의무도 함께 지고 있는 세대이기에 많이 힘들고 어려움을 느낀다"면서 "또한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아내와 자녀의 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책임과 의무, 요구와 기대만이 아닌 사랑과 위로를 부탁했다. 아버지학교 수강 문의 : 서울대교구 0505-503-7080, 의정부교구 : 0505-535-0002, 대전교구 : 070-7672-1377 평화신문 제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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