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ㆍ작성자	관리자
ㆍ작성일	2014-01-24 (금)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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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가정과 성(性) ”

1. 들어가기
“무엇이든 이유가 닿기만 하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좋습니까?”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이 질문은 남성중심주의적인 질문이기는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여성에게도 해당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이유가 닿기만 하면 아내가 남편을 버려도 좋겠습니까? 최근 한국사회의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상황에서 바리사이파사람들의 이 질문은 단순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자신의 이야기이며, 우리 자신의 질문이기도 하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자립의지라 할 수 있다. 성(性)도 옛 도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면서, 급기야는 하느님의 선물로서 주어진 성이 그 본질을 잃고 혼외정사, 부부교환 등과 같은 커다란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우리는 바리사이파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해결책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답변보다는 성적 존재로 창조된 인간의 본래적 의미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성을 단순히 생물학적 성(性) 즉, 성기중심의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는 일부 현대인들에게 ‘성적존재로서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질문하게 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처음부터 창조주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는 것과 이러한 이유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제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리라는 사실은 상기시켜 주신다. (참조: 마태오 19,4-7) 어떤 면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성적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의지대로’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행복의 본질이 하느님의 창조의지에 있기 때문이다. 원조들이 이루었던 한 몸의 공동체는 서로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은총의 공동체였다. 하지만 이 은총의 가정공동체에 죄가 들어오면서 신뢰가 불신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던 사랑의 관계가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불균등한 성의 억압구조로 바뀌게 되었다.
본 강의에서는 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몸의 신학(Theology of the body)을 중심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성의 본질적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성적 존재로서 창조된 본래적 의미를 파악하고 성적존재로서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행복한 성가정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것이 본 강의의 목적이다.

2. 원초적 인간(Original Man)
가.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인간
구약성서는 하느님의 엘로임이라 불렀던 엘로이스트전승과 야훼라 불렀던 야휘스트전승을 통해 인간창조에 관하여 전하고 있다. 구약성서의 편집상 뒤에 나오기는 하지만 실재로는 먼저 씌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야휘스트전승에서는 인간의 기원에 대하여, 인간이 진흙으로 빗어졌으며 야훼 하느님께서 코에 숨을 불어넣으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창세2,7)라고 전하고 있다. 그에 반해, 야휘스트전승보다 더 신학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엘로이스트전승에서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대로(하느님 모상) 창조되었다라고 전하고 있다. 이는 인간존재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조명하는 것이며, 인간의 육체성은 단순하게 세상에 종속시킬 수 없는 훨씬 더 귀한 존재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 중의 하나가 육체이다. 사실 육체적인 존재로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게놈프로젝트의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유전자수는 26,000-40,000개 정도(당초 10만개정도로 예상)로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크게 많은 것이 아니며, 초파리의 겨우 2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이 있다. 인간의 몸을 인간답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페인의 철학자 오르테가의 원숭이에 대한 관찰에 의하면, 원숭이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외부세계의 움직임에 비상하게 반응을 한다. 하지만 외부세계의 반응이 없어지면 곧 잠들고 만다. 왜냐하면 원숭이에게는 돌아갈 내면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인간에게는 되돌아 갈 수 있는 고향, 곧 내면세계가 있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자극없이도 눈을 뜨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본능에 의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세계의 반성작용에 의해 목적을 지향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이 내면세계 안에서 하느님과의 일치를 지향한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성을 지닌다 함은 인간이 하느님과 가지는 관계성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 사랑을 인간에게 주고 계신 한, 이 모상성은 비가역적이다. 즉, 인간의 죄와 상관없이 하느님의 모상을 늘 마음에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존엄하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은 인간의 최종적 업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에 의존한다. 따라서 인간이 기능적으로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기 못하거나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하느님 안에서 존엄성을 지닌다. (예, 장애인, 죄인) 인간은 단순히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존재이며,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존재이다. 언제가 학교 게시판에 적혀있던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라는 것이다.

나. 원조들의 원초적 체험
철학자 칸트에 의하면, 인간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질문하는 존재이다. 나는 누구인가? 더욱이 성적존재로서의 나는 누구인가? 우리의 성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조들의 성적 존재로서의 원초적 체험을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서는 원조들의 세 가지 체험, 즉 원초적 고독(original solitude), 원초적 결합(original unity), 벌거벗음의 원초적 체험(original nakedness)에 대하여 살펴보자.
(1) 원초적 고독의 체험 (Original Solitude)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의 일을 거들 짝을 만들어 주리라.”(창세 2,18)
창세기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바에 의하면, 원조 아담은 창조된 후 원초적 고독의 상태에 있었다. 무엇이 그를 고독하게 만들었는가? 그 고독은 단순하게 반대성에 대한 그리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본래 아담(adam)이라는 말은 ‘흙’을 의미하는 것으로 성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명사가 아니었다. 따라서 아담은 남성이었다거나 혹은 여성을 갈구하는 반쪽의 존재는 아니었다. 아담은 온전하게 창조된 존재로서 그 자체로 주체적 자아(being)를 소유하였다. 그가 고독했던 것은 창조된 현세사물과 동, 식물 중에서 그와 인간성(humanity)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인간(person)으로서 홀로 있는 고독을 의미했다. 원조 아담이 원초적 고독을 의식했다는 것은 인간의 자아의식(self-consciousness)을 의미한다. 인간은 현세의 창조된 모든 것들 중에서 자신이 혼자(alone)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면서 외로움을 체험한다. 이러한 자아의식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되게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스스로 반성작용을 가지는 내면세계를 소유하는 존재이며,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질문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존재이다. 동물처럼 배가 고프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기도 하지만, 산책을 하며 쉬기도 하고 또 미래생활을 설계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사색을 즐기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행복=철학적 진리를 명상) 그래서 철학자 마르셀은 ‘인간은 육화된 정신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창조된 것들 중에서 스스로 사색하고 질문하는 존재는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2) 남자와 여자의 원초적 결합 (The Original Unity of Man and Woman): 한 몸 되기
야훼하느님께서는 아담이 고독해하는 것을 보시고 아담의 일을 거들 짝을 만들어 주기로 하셨다. 여기서 우리는 야훼 하느님께서 그의 짝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먼저 아담을 잠들게 하신다. 하느님의 이러한 의지에 아담도 수용하고 협조한다. 그가 잠든 후, 하느님은 그의 갈빗대를 하나 뽑아 여자를 만드신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이 도식화 할 수 있다.
Being(아담, adam) -(아담의 협조)-> Non-being (sleep) --> Two beings (남자(ish)와 여자(ishshah))
중요한 것은, 아담이 잠든 후, 다시는 아담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잠에서 깨어난 존재는 더 이상 아담(adam)이 아닌, 성적 존재로서의 동등하게 창조된 남자(ish)와 여자(ishshah)였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고 있는 바는, 여자가 남자의 갈비뼈에서 나왔기 때문에 남성에게 종속된다는 오해를 불식시킨다는 점이다. 여자는 남자와 물질적인 동질성을 가지는 몸을 소유하며, 동질의 인간성(humanity)을 향유하는 존재로써 창조되었다. 또한 ‘거들짝’을 의미하는 히브리말 ‘애째르’는 하느님이 인간을 ‘거들어주다’에서도 사용되는 단어로서, 이는 호혜적(互惠的) 관계를 가리키는 단어이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참조: 송봉모 『관계 속의 인간』, 16-17) 이는 하느님께서 아담을 돕기 위해 동등한 관계의 이브를 창조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외친다.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다.”(창세 2,23)
교황요한바오로2세는 이 원조들의 결합을 ‘인격의 나눔’ (communion of the persons)이라 칭한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결합은 그 원형을 삼위일체의 신비로운 결합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이 하느님에 대하여 가지는 중요한 이미지는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즉, 하느님은 철저하게 자신을 내어주시는(Self-giving) 분이시라는 것이다. 하느님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는 다시 성부, 성자, 성령의 결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우열이나 종속의 관계가 아니며, 서로에게 자신을 모두 내어주시는 사랑의 하느님이시다. 이러한 삼위일체 하느님 사이의 사랑의 역동성 즉, 서로에게 온전하게 내어주고 또 받은 사랑(self-giving and receiving love)은 하느님 모상을 가지는 인간의 결합에도 그대로 작용한다. 그래서 인간의 한 몸 되기는 곧 삼위일체 하느님의 성사(sacrament)가 된다.
성적 존재인 남자와 여자로서의 결합은 동등한 인격체의 결합이며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결합이다. 선물이 된다는 것은 책임성을 의미한다. 즉,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윤리적 삶은 선물로 받은 이 성(sex)을 다른 사람과의 나눔을 통하여 선물로서 즐길 뿐 만 아니라 잘 사용하겠다는 책임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창세기에서, 잠에서 깨어난 인간은 반대성의 다른 인간에 대한 책임성을 인식하면서 종속관계로서의 불균형적 즐김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나눔(communion of the persons)에로 자신을 개방한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서 창조되고, 여자는 남자를 위해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가장 적합한 협조자(helper fit for each other)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원조들의 원초적 결합을 살펴보면서 혼인의 숭고한 신비가 분명해진다. 혼인의 신비 속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서로 관련성을 가진다. 반대성간의 상호보충성, 자신을 스스로 내어주는 사랑을 통한 친교에로의 초대 그리고 자녀출산이다. 혼인은 무한한 사랑의 영역이다. 모든 사람은 반대 성간에 서로의 부족한 점을 서로 보충하고, 몸과 마음의 서로 나누고, 그리고 그 열매들을 통하여 성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인을 통해 남, 녀가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단순한 생물학적 결합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원초적 고독을 경험한 인간이 다른 반대성의 인간과 인간성(humanity)을 나누기 위해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섹스를 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본능적 욕구를 채우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나눌 상대의 부재에서 오는 고독을 반대 성을 통하여 해소하는 것으로서 이것은 인격과 인격의 만남을 의미한다. 따라서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반대 성의 몸을 탐욕적으로만 취하려 한다면 이는 상대방을 단순히 성욕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한 몸 되기’의 신학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 몸 되기'의 진정한 의미는 인격체 안에서 서로에게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 안에서 드러난다.
(3) 벌거벗음의 원초적 체험(Original Nakedness)
나체를 드러내는 행위(nakedness)는 하느님께서 창조 때에 ‘보기에 좋더라’하던 그 선성(善性)을 드러내는 내적평화의 체험이었다. 원조들이 서로의 나체상태에 대하여 부끄러움이 없었던 체험은 은총이었으며, 한 인간이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드러내는 의식을 의미하기도 했다. 또 이것은 서로의 몸이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체험이었다. 서로에게 선물이라고 함은 서로를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를 줄 수 있는 인격의 나눔(communion of the persons)이 형성된다. 받음으로서 주고, 줌으로서 받는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나눔을 연상케 한다.
남성다움(masculinity)와 여성다움(feminity)을 통하여 그리고 그들의 친교를 통하여, 보이지 않은 하느님의 사랑과 친교가 드러난다. 이러한 견지에서 혼인을 삼위일체의 원초적 성사로 이해한다. 우리 몸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신비를 보이게 한다. 이것은 인간이 남성과 여성으로서 참여하는 진리와 사랑의 신비이다. 앞에서 언급한 나체로 드러냄(original nakedness)에 관한 신학은 우리가 원초적 성사(primordial sacrament)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원조들이 나체를 드러내도 서로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로 하느님의 은총이 남자와 여자에게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의 성스러움이 서로의 나체상태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였고 또 각자에게 선물로서 서로를 나눌 수 있게 하였다.
벌거벗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인간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자신의 약점과 한계성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아담과 이브가 서로 벌거벗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은 감성적, 심리적, 영적으로 서로 사이에 가릴 것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어느 누구도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이러한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원조들은 서로 벌거벗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서로가 신뢰하고 서로의 약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3. 역사적 인간 (Historical Man)
가. 원조의 타락
태초에 원조들의 결혼 안에서는 순수한 원초적 결합만이 존재했다. 여기에 사탄이 공격을 가한다. 죄와 죽음이 인간의 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즉, 죄는 한 몸이 되도록 창조된 바로 그 자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사탄이 원조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부인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이미 그들과 함께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탄은 원조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신뢰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사탄의 계략이었다. 하느님과 똑같이 되려는 교만한 마음 안으로 죄가 들어온 것이다. 결국 죄지은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당한다.
나. 현대인의 성적존재로서의 고뇌
“‘간음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지 여자를 보고 음란한 생각을 품은 사람은 벌써 마음으로 그 여자를 범했다.” (마태 5, 27-28)
예수께서는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것을 마음으로 간음을 범한 것과 동일시하신다. 여기서 주시고자 하는 메시지는 외형적으로만 도덕법을 지키는 것은 충분하지 않으며 마음 안에서까지 결백할 것을 의미한다. 결국 윤리적 투명성을 요구하고 계시는 것이다. 마음은 내적인 인격을 담는 그릇이다. 마음은 혼인의 진실된 육체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아울러, 마음은 인간 안에서 사랑과 탐욕이 직접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원조들이 자신의 알몸을 부끄러워하게 되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남자와 여자는 몸이 가지는 혼인의 본래적 의미를 상실하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탐욕으로 인해 타락한 몸의 본래적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원죄 이후로 인간은 끊임없이 색욕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색욕은 인간의 몸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 곧,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은총을 방해한다. 인간은 색욕으로부터 자유로운 때에만 몸이 가지는 본래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정결의 덕이다. 정결은 단순히 수도자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안에서 부부 상호간에도 요구되는 것이다. 부부 간의 정결은 육체적인 것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정결도 요구된다. 결혼의 성사적 결합 안에서 부부 간에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몸과 마음의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4. 나가는 말
혼외정사, 부부교환, 이혼 등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 방해되는 이러한 요소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먼저, 우리는 우리의 성가치관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무장해야 할 것 같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성의 본래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해한 바를 마음에 담는 것이다. 행동은 마음을 따른다. 나무를 보면 그 열매를 알 수 있듯이, 먼저 마음 안에 올바른 성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하느님은 인간을 성적존재로 창조하셨다.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창조하시고 부부간의 성관계라는 사랑의 언어를 통해 한 몸을 이루도록 창조하셨다. 부부가 성적으로 결합하면서 서로의 알몸에 대하여 부끄러워하지 않음은 서로의 약점과 한계성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한계성과 약점을 받아들일 때 몸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 또한, 몸이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책임성을 의미한다.
“나는 당신을 즐거울 때나 괴로운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결혼 서약은 서로에게 충실하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이는 항상 완전한 친밀감이나 실패 없는 부부간의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서로의 한계성을 인정하면서 이 모든 약속을 추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어느 한쪽이 실패했을 때 다른 한편에서 다시 시작해 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성장과정과 생활양식을 가지는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혼인성사 안에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할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몸이 서로에게 선물이며 책임성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성가정을 이루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아닐까 싶다.

우 재 명 신부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