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ㆍ작성자	관리자
ㆍ작성일	2013-03-04 (월)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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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부부이야기](21) 고통도 나눠 가졌어요(하) ”

새벽에 막둥이 아들이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달려왔고 아내는 힘겹게 수술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아들과 남편 손을 차례로 잡았습니다. 아내와 저는 우리 부부 사이에 예수님께서 현존하고 계심을 서로 확인했습니다.

　막둥이 아들과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는 아내를 배웅했습니다. 아내 뒷모습을 향해 마음속으로 큰 성호를 그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내를 지켜주실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예상한 것보다 빨리 3시간 만에 수술을 마쳤습니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여기저기 소독약을 묻히고 실려 나오는 아내를 만났습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누워 있는 아내 모습을 보는 순간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의 그렇게 예쁜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세상 것을 하나도 지니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에서 '이 사람이 진정 뇌수술을 한 사람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세상 것을 다 떼어내고, 세상이 주었던 모든 생각까지 다 잊어버리고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셨던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면 외모까지도 저렇게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내를 병실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 동안 열심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기도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일반 병실로 옮기고 나서야 제가 잘 걷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릎 통증 때문이었습니다. 아내 뒷바라지를 하면서 아픈 것도 잊은 채 성치 않은 다리로 무리하게 뛰어다녔고 넓은 병원을 수도 없이 돌아다녔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다니고 있었던 다른 병원으로 가면서 기뻤습니다. 아내 고통을 이렇게 나눠 받도록 허락해주신 그분께 감사기도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분 은총은 불평만 하고 살아온 사람이 감사기도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켜주셨습니다. 무릎사진을 찍고 주사를 맞고 붕대를 감고 다시 아내가 입원한 병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병원에서 아내와 함께 지낸 시간은 병을 치료하는 시간이 아니라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기 위해 경쟁하는 '사랑의 유희'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틈만 나면 쉬라고, 때만 되면 먹으라고 걱정해줬고 모두들 자기 자신의 힘겨움은 생각하지 않고 다른 가족들을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예쁘게 살아낼 수 있었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잘 견뎌내고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며 아내 손을 잡았습니다. 아내가 제 손에 힘을 주었을 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조금 창피해서 서둘러 손을 빼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부엌에서 엄마 대신 식사준비를 하던 둘째딸에게 엄마 아빠가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딸은 "아빠! 너무 짠하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큰딸은 빨래랑 집안 청소를, 작은딸은 부엌살림을, 막둥이 아들은 팔다리가 아픈 아빠가 해야 할 일을 척척 해주었습니다. 고통을 피해 도망가지 않고 주어지는 그대로 잘 받아들일 때 고통은 오히려 행복으로 변화된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손세공 배금자 부부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전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