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예수] 마태오 복음 해설 - 24

“‘자신의 아내를 버리려는 남자는 아내에게 이혼장을 써주어라’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음행 이외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아내를 버리면, 이것은 그 여인을 간음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버림받은 그 여인과 결혼하는 남자도 그 여인을 간음하는 것입니다.” (마태 5,31-32)

오늘의 말씀은 마르코 복음 10,11, 마태오 19,9와 루카 16,18에도 나타난다. 이혼장에 관한 신명기 24,1 구절을 마태오는 인용하였다. 누가 예수의 말씀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느냐가 우선 논란이 된다. 오늘 단락에서 아내를 버리는 것이 곧 간음이라 여겨지는데, 다른 곳에는 버림받은 여인과 결혼하는 것이 간음이라 한다.

두 번째 논란은 마태오 복음에 나타난 ‘음행’ 구절이 마태오에게 전승된 것인지 아니면 마태오가 끼워 넣었는지 여부다. 그 구절은 예수의 말씀은 아니고 마태오가 첨가한 것 같다. 마태오는 소속 공동체의 사정을 감안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유다교의 이혼장 규정은 버림받은 여자가 재혼할 경우, 간음 혐의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남자에게 일시적인 결혼을 허용하는 도구로 악용되어 실제로 남자의 방종을 보호하는 장치가 되었다. 이혼 권리는 유다교에서 남자에게만 주어졌다. 특별한 조건을 채우면 여자도 이혼을 요구할 수 있었으나, 그때에도 남자가 이혼장을 써주어야 한다. 탄 음식으로도 이혼 사유에 충분하다고 해석하던 힐렐 학파와 음행의 경우로 제한하던 샴마이 학파가 있었다. 에세느파 쿰란 공동체는 이혼과 재혼을 금지하였다. 마태오가 샴마이 학파 의견에 가깝다면, 예수는 에세느파의 생각과 같다.

마태오의 반대명제는 아내를 버림, 버림받은 여인과 결혼이라는 두 가능성을 포함한다. 모두 남자가 주도권을 가진다. 두 번째 경우는 미혼 남성에 대한 경우다. 두 경우 모두 간음이라 선언된다. 버림받은 여인은 보호받지 못한 신세가 되고 사실상 재혼 앞에 놓인 처지다. 이혼녀는 보통 부모 집으로 돌아온다(레위 22,13). 부모 집에서도 부모의 보호권 아래 있지 않다. 이혼녀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이 좋을 리 없다. 결혼계약서(ketuba) 덕분에 적어도 1년은 경제적으로 보장되었다. 재혼은 그리스에서는 반대되지 않았고 유다에서는 사제에게만 허락되지 않았다(레위 21,7). 예수 시대에 이혼이 얼마나 흔했는지, 이혼녀의 운명은 어떠했는지 우리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

▲ ‘간음하다 잡힌 여자와 그리스도’, Pieter Bruegel the Elder(1565)

‘음행’이란 단어 때문에 문제는 달라진다. 음행(porneia)이란 무엇을 뜻할까. 해석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 단어가 혼외 성관계만 가리키느냐 여부였다. 그러나 포르네이아(porneia)는 약혼 때 성관계, 혼전 성관계 등 여러 경우를 포함하는 단어라서 그 문맥을 잘 살펴야 한다.

여기서 레위기 18,6-18에 나타난 친족혼을 가리킨다는 학자도 있지만, 오늘의 단락과 마태오 복음 19,9에 어긋나는 의견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음행은 아내의 지속적인 부정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하겠다. 그리스어에 음행을 가리키는 모이케이아(moikeia)라는 단어가 따로 있다고 반대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두 단어가 같은 뜻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호세 2,4). 음행의 경우 유다교에서 이혼은 의무이다.

결혼은 취소될 수 없다는 교리를 오늘의 단락에서 이끌어내려고 특히 가톨릭 학자들은 애써왔다. 그러나 오늘 단락을 “어떤 이유로든, 음행의 이유로도 자기 아내를 버리면”이라고 번역하기는 곤란하다. 마태오는 예수의 말씀에 충실하면서도 자기 공동체에 생긴 어려움을 고려하여 이혼에 예외 규정을 만든 것 같다.

교회 역사에서 각 종파는 오늘의 단락에서 저마다 다른 입장을 이끌어냈다. 가톨릭은 이혼자의 재혼을 금지하는 점에서 마태오와 같은 입장이다. 개신교는 음행이 결혼을 파괴한다는 생각에서 마태오와 같다. 그러나 개신교는 결혼을 세속적인 일(weltliche Dinge)로 보기도 한다. 가톨릭 혼인법은 여전히 이혼자들에게 차갑고 완강하다. 그러나 교회법은 변화 가능한 가르침에 속한다. 개신교는 개별 목회자의 판단과 권한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것 같다.

시대 상황에 비추어 마태오는 예수의 말씀에 약간 변화를 주었다. 그런 변화를 가톨릭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방인에게 할례와 음식 규정을 폐지한 바울의 결단이 혼인법에서 가톨릭에게 모범은 아닐까. 일부다처제 아프리카 사회에 일부일처제를 소개한 선교사들의 순수함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또 다른 율법주의를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들이민 것은 혹시 아닐까.

예수는 결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였다. 예수는 이혼을 가볍게 생각하는 당시 흐름에 반대하고 남성의 권리 횡포에 저항하였다. 힘들어도 결혼의 존엄을 유지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예수는 촉구한다. 성서에서 특이한 모습 또 하나―예수가 여성을 비판한 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물론 예수는 가난한 사람을 비판한 적 전혀 없다. 예수에게 냉정한 분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사랑이 넘치기 때문이다.

이혼에 반대하는 예수의 말씀이 오늘날 야속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이혼 찬성이 여성 권리 보호에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결혼도 안 해본 예수가 무슨 이혼을 운운하냐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합리화만 된다면 어떤 잘못이나 죄도 능숙히 처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세상의 흐름에 예수는 경고하는 것이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 합리화하는 존재인 것 같다. 이혼에 대한 가톨릭 교회법 규정이 혹시 미래의 어느 날 바뀐다 하더라도 예수의 근본 뜻은 변하지 않는다. 예수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시대의 아픔을 안고 가려는 양쪽 길 사이를 지금 우리는 말없이 걷고 있다.
 

김근수 (요셉)
연세대 철학과, 독일 마인츠대학교 가톨릭신학과 졸업. 로메로 대주교의 땅 엘살바도르의 UCA 대학교에서 혼 소브리노에게 해방신학을 배웠다. 성서신학의 연구성과와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을 바탕으로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마르코 복음 해설서 <슬픈 예수 : 세상의 고통을 없애는 저항의 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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