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안락사나 마찬가지인 '존엄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유력 A신문은 11월 29일 정부가 전날 발표한 연명의료결정법(안) 초안을 소개하면서 '존엄사법 초안 공개'라는 제목으로 연명치료 중지가 소극적 안락사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B신문 역시 '존엄사 선택 법 초안 마련'이라는 제목 아래 '죽을 권리 제도적 보장 의미'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는 언론이 존엄사를 연명치료 중지, 소극적 안락사, 죽을 권리 등과 연관지어 환자 자신이나 가족이 환자의 죽음을 결정하는 행위를 합법화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존엄사는 안락사 의미를 강하게 내포한 것으로, 언론은 보도를 통해 사회가 존엄사에 이미 합의했다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존엄한 죽음'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지닌 존엄사는 오랫동안 바람직한 개념이자 확산시켜야 할 그 무엇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존엄사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죽는 것'이라는 의미로만 이해되는 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교회 생명윤리 전문가들 주장이다.

　먼저 '무의미하다'는 기준이 임종할 때까지 환자에게 꼭 필요한 돌봄인 영양ㆍ수분 공급에까지 무분별하게 적용됨으로써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이는 살해 행위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 된다. 또 '죽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면 환자를 빨리 죽게 하는 것이 인간 존엄을 지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 경우 모두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안락사에 해당하는 것이다. 

　정재우(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신부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존엄사는 환자에게 필요한 처치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환자를 죽게 하는 사실상의 안락사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 같은 부당한 행위를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존엄사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