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의사협회(회장 홍영선 교수, 이하 의사협회)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명의료결정법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환자의 일방적인 자기결정권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연명의료를 고집하는 관행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16일 '보건복지부의 연명의료결정법안에 대한 한국가톨릭의사협회 의견'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 법이 '자기결정권에 의한 인간 존엄성 보호'라는 이유로 향후 안락사법으로 이행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의 선행 없이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을 제정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연명의료결정법안의 문제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치우진 점 △사전의료의향서 문제 △유명무실한 병원윤리위원회 기능 △법 조항의 모호한 표현 등을 지적했다.

　의사협회는 법안에서 뇌사자를 연명의료결정 대상자에 포함한 것과 관련,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안락사의 길을 열어놓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의사협회는 "의사는 전문 지식과 양심으로 의료행위를 하며, 만일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요구받거나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구받는다면, 의사는 의학적으로나 양심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는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고양하는 임상사목, 임종기 환자에 대한 심리상담 등의 체계를 확립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의료계 근본 문제는 환자와 의사가 대화와 소통으로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풍토"라면서 "연명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은 환자와 의사가 대화하며, 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환자의 의향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풍토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