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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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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기 태동에 옆구리 간지러워 혼자 걷다가도 “킥킥” ”
우리가 태명인 “평화”를 부를 때마다 아기의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화를 너에게 주노라, 세상이 줄 수 없는~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화… 평화를 네게 주노라~♪” 남편과 함께한 주일미사 영성체 후 묵상시간에 복음성가 ‘평화를 너에게 주노라’가 흘러나온다. 오른손은 남편 손을 잡고, 왼손은 태동이 느껴지는 배 위에 가만히 올려놓는다. ‘평화.’ 남편이 지은 아기 태명. 가만히 소리 내 이름을 불러보면, 풀잎 내음과 함께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바닷바람이 느껴진다. 우리는 셋이서 손을 잡고 성가를 따라 부르며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를 맛본다. 뱃속 아기는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겠지. 우리가 “평화”라고 부를 때마다 아기의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몸은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고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다가도 배가 뭉치고, 발목이 부어 걷는 것조차 가뿐하지 않다. 임신 후 예민해진 건 물론 말 한마디에 흥분하고，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일도 잦아졌다. 쉽게 피곤을 느끼며 졸음은 시도때도없이 쏟아진다. 잠을 잘 때도 눕고 싶은 방향대로 팔과 다리를 뻗고 잘 수가 없다. 태아의 태동이 너무 활발하면 옆구리가 간지러워 혼자 거리를 걷다가도 킥킥대며 웃는다. 엄마는 갱년기 증상을 ‘사막에서 부는 모래바람’이라고 했는데….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해선 고통스러운 신체변화를 겪어내야 하는 게 여자의 일생인가 싶기도 하다. 엄마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호르몬 분비로 인한 신체 변화는 실제로 많은 것을 받아들이게 한다. 나 스스로 내 몸을 어찌할 수 없음을 깨닫는 일, 초연하게 사계절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아닐까. 내 뱃속 태아는 이미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 주고 있다. 오늘도 거리를 거닐며 많은 귀여운 아기들을 만났다. 우리 아기에게도 저런 뽀송뽀송한 볼과 까맣고 깊은 눈망울, 앙증맞은 콧구멍과 입술이 만들어져 있겠구나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온다. 생명을 빚으신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생명이 그 생명의 빛을 다할 수 있도록 포근하고 따뜻한 가정을 꾸려주고 싶다. 하지만 삼십 대의 젊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부부는 아직 철없고 부족하다. 그러나 우리를 부모로 만들어준 작은 생명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함께 성장하겠노라고 새끼손가락 걸고 이야기하고 싶다. 행여나 우리 부부의 부족한 모습은 마른 잎이 식물에게 거름이 되듯, 부족한 대로 네게 거름이 되기를 바라면서. [평화신문/126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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