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2세 교황)
사랑이 없다면
가정은 인간들의 공동체일 수 없고,
또한 사랑이 없다면 가정이 살아남고 성장하여
인간 공동체로서 완성될 수가 없습니다 (가정공동체 18항)
       
 
공개보도자료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6-02 (월)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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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교회의 가르침](19)「여성의 존엄」(2) ”
마리아 이름으로 여성 존엄 일깨우며 교회 위임


II. 서한의 신학적-사목적 배경

사도적 서한 「여성의 존엄」은 앞서 발표된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와 뒤이어 발표된 교회와 세계에 있어서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에 관한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1988. 12.30)과의 연관성 속에서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톨릭 교회 안에서 여성은 구세주의 어머니 마리아의 전통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을 찾을 수 있는 평신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신도에 관한 바티칸공의회의 입장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평신도에 관한 권고를 확인해보자.

1.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성찰한 평신도의 소명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인류의 빛」에서 교회의 신비에 관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정체성을 갖는다(7장). 그러므로 세례를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어디에서나 그리스도를 힘차게 증언하고 자신들이 간직하고 있는 희망을 설명해야 하는 보편 사제직 안에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한다. 나아가 평신도들은 성찬의 봉헌에 참여하여 거룩한 삶을 증언하고, 극기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사제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10장).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새로운 계약에 의해 뽑힌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인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참여하여 이 세상을 복음화하여야 하는 평신도들의 소명과 사명을 일깨우며, 평신도들이 집단으로든 개인으로든 자신의 은사와 책임을 더욱 깊이 의식하고 증진하도록 권고한다. 즉,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의 예언자직과 왕직에 참여하여 이 세상에서 활동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으며, 단순히 세상이라는 포도밭에서 일하는 일꾼일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말씀하신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요한 15,5)란 표현처럼 그들 자신이 포도원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2. 마리아의 전통 안에 있는 여성의 정체성

복음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마리아의 전통은 성령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하느님이 인간이 되시는 사건에 참여한 것에서 시작한다. 여성으로서 마리아는 창세기에서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의 정체성을 토대로 하느님의 구원 경륜에 참여함으로써 처녀에서 어머니로 존재의 변화를 이루었고, 성화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또한 예언적 사명을 실현하여 그리스도의 탄생이라는 특별한 소명을 실현하였다(29-30). 이렇게 측정할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는 인간의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 예수의 모습으로 드러났으며, 따라서 여성은 교회의 원형이며 어머니인 나자렛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남성과 더불어 존엄하고 자유로운 주체로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성숙한 사랑의 경륜 안에서 특별한 소명을 이룰 수 있는 존재인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이며 “그리스도의 신부” 라는 여성적 정체성 속에서 그리스도의 탄생을 가능하도록 매개하는 소명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갖는다.


 ▲ 1998년 10월 11일 거행된 에디트 슈타인의 시성식 모습. 그는 여성 존엄을 이야기하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신학적 인간학의 이상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CNS】


III. 서한의 인간학적-신학적 배경

바티칸의 교황 경당인 <구세주의 어머니>의 한 면을 차지하는 성령 강림의 장면에는 부활하고 승천하신 그리스도 아래에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중심으로 예수의 제자들이 자리한 초기 교회의 모습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왼쪽에는 바오로 사도가, 오른쪽에는 에디트 슈타인 십자가의 베네딕타 성녀가 자리하고 있다. 희년을 맞이하며 꾸며진 새 경당에서 교황은 2000년전 탄생하는 그리스도 교회의 신학적 토대를 만든 바오로 사도와 함께, 제3천년기 교회의 인간학적 방향을 제시한 에디트 슈타인을 소개하였다. 유다계 그리스도인, 철학자, 봉쇄 가르멜의 수도자, 아우슈비츠의 순교자인 그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복녀, 성녀, 유럽 복음화를 위한 수호성녀로 선포하였다. 즉, 에디트 슈타인은 여성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교황의 신학적 인간학의 이상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으며, 그의 신학적 작품들 안에서 현대 여성이 마리아와 함께 수립할 영적 전통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그의 사상 안에서 마리아의 모습을 성찰해보자.

에디트 슈타인의 작품에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계획에 동참하는 이로서 하느님의 어머니, 인류의 영적인 어머니이며 여성성의 완전한 모델로서 그의 철학과 신학의 정점으로 표현된다. 처녀이신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은 영혼의 여성성과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여성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 나자렛의 처녀가 Fiat(자발적인 긍정의 응답)을 발설하는 순간 하느님의 나라가 이 세상에 시작되었다. 신이 인간 안에, 인간이 신 안에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참여하는 바로 그것이다. 하느님의 섭리에 따른 마리아의 응답에서 성령에 의한 그의 수태가 가능해졌다. 즉, 처녀에서 부인으로, 이어서 어머니가 되는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신비는 매번 인간의 구원과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실현된다. 성령의 오심을 맞이했던 처녀는 태어나는 교회의 중심이 되었다. 나자렛에서 숨겨진 가운데 드렸던 마리아의 그 응답은 이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측정하는 잣대가 되었다. 나아가 인간의 보편성에 자리한 여성성의 이콘인 나자렛의 마리아에게서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루카 1,26-38).

에디트 슈타인은 나자렛 마리아의 모습에서 그 주체적인 결단에 주목한다. 말씀을 품어 안는 주체, 공경 받아 마땅한 하늘의 여왕이기 이전에 아들 예수의 제자들에 둘러싸여 기도하는 주체이며, 성찬에 참여하는 주체로서의 모습이다.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마리아는 실제로 인간의 실존에 신적 참여가 이루어지는 순간, 말씀을 품어 안음으로써 그의 특별한 소명에 일치하는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즉, 하느님과 공감하는 대화의 한 주체로서, 또한 여성으로서 아버지 하느님께 드리는 사랑의 응답을 통하여 구원의 새로운 역사를 이루는 성령의 활동에 참여했던 마리아의 전통 안에서 교회는 그 일치의 역동성을 지속적으로 실현하며 그리스도의 탄생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며, 마리아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모성이 자연적이고 초자연적인 두 지평에서 동시에 실현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처음 죄를 지었을 때 여성이 먼저 참여했다면, 인간의 구원이 시작될 때에도 여성의 참여와 함께 그 시작이 이루어졌고, 나아가 여성은 하느님의 어머니로 고백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진정한 모성은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즉 인간의 영혼이 그리스도의 영으로 가득 채워져서 그의 자녀를 잉태할 때 모성의 정점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나자렛의 마리아는 그의 자발성을 근거로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육체적, 정신적, 영적 어머니의 원형으로서 모든 남녀 그리스도인들의 모범이 되었으며, 신적인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영혼은 여성과 남성의 구별을 떠나서 다른 이를 향해 흐르는 애정이 넘쳐나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기를 지향한다. 사랑이 넘치는 영혼은 동시에 자유로운 선택을 통하여 하느님과의 일치에 이르게 된다.

나아가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교적 함의를 성찰하고 수용할 때 추상적인 진리는 삶 안에서의 인간적인 가치로 전환되고, 그 가치의 수용이라 할 수 있는 신앙고백의 순간에 보편적 함의는 살아있는 개별자의 지평으로 열리게 된다. 이렇게 아래로부터의 믿는 이의 관점(Sensus fidelium)은 마리아에서 시작하여 신학적 인간학의 토대이며, 역동적인 신학의 중심축으로서, 인간과 문화의 가치에 열려있고 인간구원에 관심하는 인간의 본질적 지향성과 일치하며, 신비신학의 관점에서 삼위일체와 인간이 맺는 역동성에 일치하게 된다. 즉, 자유로운 인격적 주체가 신적 존재와 소통함에 있어 개별자의 자유와 의지를 바탕으로 응답하는 그 자리에 바로 인간실존의 진리가 자리한다.

나자렛의 마리아는 전 존재의 열림과 헌신을 통해서 본질적으로 열린 인간의 본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응답은 한 처음 인간의 창조에서 발설된 삼위의 일치에 대한 기억이며, 그 일치를 담아낸 인간존재의 본질과 창조된 것의 아름다움을 함께 기억하는 것이다: 철학적 피앗(Fiat)이 삼위일체적 인간의 피앗(Fiat)이 되었다. 마리아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과 삶의 진리를 인식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종으로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렇게 에디트 슈타인은 진리의 빛 아래 나자렛의 마리아와 함께 말씀이 사람이 된 진리를 성찰하고 응답하였으며, 그의 삶은 사랑에 불타는 떨기 나무아래에 머무는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아우슈비츠에서 십자가의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것으로 완결되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에 참여하는 현대 여성의 사명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IV. 서한의 실천적 전망

서한이 발표 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교황이 여성의 존엄에 알맞는 지위, 즉 여성의 사제직을 거론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25년이 흐르고, 보다 더 성숙한 그리스도교 인간학의 관점에서 볼 때, 교황의 서한은 놀라운 성찰을 기반으로 전적으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복음의 전통을 확인할 때,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이천여년 동안 힘겹게 적응해온 교회가 가부장제 이후의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복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마리아의 이름으로 새로운 인간상을 대표하는 여성들에게 그 존엄함을 일깨우며, 전적으로 교회를 위임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서한을 읽어낼 수 있는 숨겨진 열쇠라고 하겠다.







[가톨릭신문/제289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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