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ㆍ작성자	관리자
ㆍ작성일	2014-07-01 (화)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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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평화, 36주 만에 가벼운 몸으로 세상에 첫발 내밀어 ”

양수가 부족했던 나는 결국 고위험 산모실에 입원하게 됐다. 출산 휴가를 예정보다 한주 일찍 내고 쉬었는데도 양수는 늘어나지 않았고, 의사는 바로 입원할 것을 권했다. 평소 자상했던 의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초조한 기색이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입원 절차를 밟기 위해 진료실 문을 나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피검사와 태동검사를 하고 있는데, 의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수술을 해야겠다”고. 태동검사 결과 아기가 너무 위험하다는 설명이었다.

친정엄마에게 오늘 날짜와 시간을 물었다. 6월 16일 오후 4시 45분.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 순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크고 무섭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눈물이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곧이어 간호사가 들고 온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곧장 수술실로 이송됐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평화를 오늘 만나게 된다니….’

태아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나의 자궁이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새 생명의 탄생을 앞둔 시간 앞에서 무섭고 두려웠다. 친정엄마는 수술실로 들어가는 내게 묵주를 쥐여줬고, 난 계속 울기만 했다.

하얗고 딱딱하고 차가운 수술실은 낯설었다. 수술실에서는 10여 명의 의료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척추에 하반신 마취 주사를 맞고 긴박하게 시작된 제왕절개….

의사는 아프지 않지만, 아기를 꺼낼 때 폐를 눌러야 하는데 그때 딱 한 번 아플 거라고 했다. 힘을 주면 더 아프니까 힘을 빼고 있으라고 했다. 긴장감 넘치는 이 상황에 힘을 빼는 일은 쉽지 않았고,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자그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 어둠 속에서 훤히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평화가 배 속에 있을 때 샤워하면서 자주 불러주던 노래였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가사로 옮긴 ‘사랑한다는 말은’이었다.

순간, 말캉한 생명체가 내 뱃속에서 물컹하며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아기의 앙칼진 울음소리. 눈물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그래, 네가 거기 있었구나. 엄마가 미안해. 평화야….’

평화는 36주 만에 1.9kg이라는 가벼운 몸으로 이 세상에 첫발을 내밀었다.

[평화신문/127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