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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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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양수가 많이 줄었고 태아 심박 수가 불규칙합니다” ”
늘 여유로운 미소와 느린 말투로 “네, 아기 잘 크고 있어요. 다 좋습니다”는 말만 했던 담당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긴장된 눈빛으로 안경 너머의 나를 바라봤다. 의사를 만나기 전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옷을 갈아입고 있던 나를 간호사가 다시 불러 양수 양을 다시 쟀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담당 의사는 양수 양이 많이 줄었고, 태아 심박 수가 떨어지는 구간이 있고, 내 혈압이 너무 높게 나온 점을 이야기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듭 되물었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별일은 없었는데…. 우리 아기가 언제 스트레스를 받은 걸까? 곱씹어 생각해도 짚이는 게 없었다. 태교의 고전으로 불리는 조선 후기 이사주당이라는 여성 실학자가 쓴 「태교 신기」를 보면, 임산부가 봐야 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 귀로 즐겨 들어야 할 소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렇게 태교를 하려면 도시생활을 접고 한적한 시골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질문에 마땅한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병원 문을 나서는데 며칠 전 힘들었던 퇴근길이 생각났다. 평소처럼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태아를 지탱하고 있는 근육들이 풀리는 느낌이랄까. 잠시 서서 멈칫했지만 ‘괜찮겠지’ 하며 집으로 서둘러 들어왔는데 배가 뭉치고 아파 곧장 쓰러져 잠든 기억이었다. 아기한테 미안했다. 잠이 쏟아지는 오후에도 쉴 틈 없이 “기사 먼저 마감하고” “인터뷰 일정만 잡고” 하며 처리해야 할 일에 몰두했다. 인터뷰 약속 시각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걷고, 신호가 바뀌는 횡단보도에서도 뛰는 걸 서슴지 않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엄마로서 더 지혜로웠다면 걸음이 느린 만큼 조금 일찍 나섰을 수도 있었는데, 엄마가 된 나는 도시락을 잊어버리고 등교한 예전 고등학생 때 모습 그대로였다. 조급하고 허둥대는 모습들이. 무엇보다 뱃속 태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엄마인 나는 눈에 보이는 세상 사람들 말에 더 많이 귀를 기울였다. 그 사이 양수가 줄어들어 아기가 잘 못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엄마가 된다는 건, 말하지 못하는 작은 생명의 뒤척임에도 민감해지는 일인 것 같다. 그 소리를 들을 줄 알려면 나는 얼마나 작아지고, 투명해져야 할까. 그날 저녁, 남편은 “우리 평화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시위를 했다”면서 “평화야, 이제 시위 끝~”하며 배를 쓰다듬어줬다. [평화신문/127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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