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2세 교황)
사랑이 없다면
가정은 인간들의 공동체일 수 없고,
또한 사랑이 없다면 가정이 살아남고 성장하여
인간 공동체로서 완성될 수가 없습니다 (가정공동체 18항)
       
 
혼인과 가정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4-20 (월) 10:58
ㆍ조회: 1130      
http://gjsamok.zerois.net/cafe/?gajeong.2334.6
“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특별기획] ‘가정사목과 복음화’ 6 ”


인공피임과 낙태

생명 가르침 ‘실천’ 이끄는 사목적 방안 필요
신자 절반 이상이 인공피임 경험
“부분적 낙태 허용”도 10명 중 8명
생명 관련 교회 가르침 단호하지만
교회 안에서조차 제대로 수용안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스리랑카와 필리핀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매우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교황은 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가톨릭교회가 낙태와 인공피임을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한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책임 있는 부모가 되려면 오히려 출산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가 꼭 토끼처럼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가볍게 대답을 시작한 교황은 제왕절개까지 해서 7번째 아이를 낳고 8번째 아이를 임신한 한 여성의 사례를 들었다. 교황은 이 여성에게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고아 일곱 명을 두고 세상을 떠나려는 것이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황의 이러한 설명은 가톨릭 신자는 생명에 열려 있어야 하지만, 분별력도 있어야 한다는 충고로 보인다.

하지만 교황은 책임 있는 부모가 되려면 인공피임이나 낙태가 아니라, 가톨릭 교회가 권장하는 자연적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으로써, 부양의 현실적 어려움과 관련된 신자들의 고충과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신자들이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이 그 해법이 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교회의 단호한 ‘생명’ 가르침

지난해 10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당시 언론들은 피임과 낙태에 대한 교회의 교리적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추측을 했다. 적어도 피임에 대해서 획기적으로 허용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시노드는 생명 문제에 대해서 철저하게 신앙적이고 도덕적 선택을 촉구한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의 기본 입장에 바탕을 두었다. 따라서 시노드 최종보고서는 “생명의 출산을 개인 또는 부부의 변경할 수 있는 계획으로 축소시키는 사고방식”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생명에 대한 무조건적 개방’과 ‘책임 있는 출산을 위한 자연적 방법’을 강조했다. 따라서 인공피임과 출산에 대한 교회의 기본적인 입장은 매우 단호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공피임과 낙태 문제는 한국교회의 가정사목, 생명문화 건설을 위한 노력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이다. 더욱이 이제는 가톨릭 신자들조차 생명과 성(性), 출산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문제는 피임과 낙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앞서서, 교회 안에서조차 교리와 윤리적 가르침들이 수용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 지난 1월 18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생명의 행진’ 중 한 소녀가 낙태를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인공피임과 출산에 대한 교회의 기본적 입장은 매우 단호하지만, 교회 안에서조차 그 가르침들이 수용되지 않고 있다. 생명과 관련된 교회 가르침을 신자들이 실천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사목적 방안 모색이 절실히 요청된다. 【CNS 자료사진】


교회 가르침 외면하는 신자들

지난해 2월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의 스페인어 TV 방송 ‘유니비전’이 전 세계 12개국 가톨릭 신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의 거의 대부분인 78%가 피임 허용을 지지했고, 절반이 훨씬 넘는 65%가 낙태가 허용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남미 국가들과 스페인, 프랑스에서 90% 이상이, 아시아의 유일한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도 68%가 인공피임에 대해서 찬성했다. 낙태에 대해서도 유럽과 미국, 남미 국가들의 가톨릭 신자들은 75%가 찬성했다. 필리핀은 27%만이 낙태 허용을 지지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우선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피임과 낙태가 거의 아무런 윤리적 거리낌이 없이 행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교시노드 준비를 위해 주교회의가 교황청에 보낸 답변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공피임이나 낙태에 대해서도 교회는 이를 금하고 있지만 일반 사회에서 피임은 거의 아무런 심리적 거부감 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낙태에 대해서는 실정법상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신자들조차 피임과 낙태에 대한 신앙적, 윤리적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가 지난 2004년, 그리고 10년 뒤인 2014년에 실시한 두 차례의 ‘생명과 가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분명하게 통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두 조사 모두에서 신자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교회 가르침은 ‘인공피임 금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조사에서 신자들 중 35.8%만 인공피임에 반대했고, 64%는 그것이 반생명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2차 조사에서 신자들 중 44.9%가 ‘인공피임 금지’를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낙태에 대해서는 더욱 심각했다.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함께 살펴볼 때, 낙태를 부분적으로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일반인 94.5%, 신자 87.6%), 낙태 찬성의 이유도, 낙태가 개인의사에 맡겨져야 하는 사적인 문제라는 인식(일반인 54.2% 신자 60.7%) 때문이라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실제 낙태 경험이 있는 여성도 많았고(일반인 40.1%, 신자 34.2%), 그중 두 번 이상 낙태를 한 여성이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3번 이상 낙태를 한 여성 비율이 신자들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일반인 9.9%, 신자 11.6%).

피임을 하고 있는 비율도 신자가 일반인보다 더 높았고(일반인 50.6%, 신자 55.0%). 교회가 권장하는 자연적 방법(배란법, 기초체온 등)을 사용하는 비율 역시 신자들이 더 적었다(일반인 15.2%, 신자 14.6%).

몇몇 다른 조사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톨릭신문사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소장 홍형식)가 2013년 시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분적인 낙태 허용을 찬성하는 응답자가 개신교 86.1%, 불교 84.8%, 기타 및 무종교 85.5% 등 모두 80% 중반의 수치를 기록했다. 가톨릭 신자들 역시 82.9%가 부분적 낙태 허용을 찬성했다.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의 2001년 조사에서도 부분적 낙태 허용 찬성이 절반 이상이었고, 입교 후에도 10명 중 4명꼴로 낙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드시 지켜야 할 인간 생명

생명 문제, 적어도 인공피임과 낙태 문제에 관한 한, 지금까지 세계교회나 한국교회나 공히 뾰족한 사목적 대안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교회 당국과 가톨릭 신자 개개인 모두가 솔직하게 고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자기 방어 능력이 없는 생명을 공격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더욱이 그것이 만연한 실용주의와 편의주의에 기인한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그처럼 단호하게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질서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교회는 가정, 생명과 관련된 교리적, 도덕적 가르침들을 신자들이 수용하고 실천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사목적 방안을 다시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신문/발행일 : 2015-04-12 [제2939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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