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2세 교황)
사랑이 없다면
가정은 인간들의 공동체일 수 없고,
또한 사랑이 없다면 가정이 살아남고 성장하여
인간 공동체로서 완성될 수가 없습니다 (가정공동체 18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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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5-10 (목)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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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근본주의와 상대주의-젊은이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 ”
[특별기고] 근본주의와 상대주의-젊은이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FABC 제4차 주교들을 위한 신학연수 박준양 신부 발제문 요약)

젊은이들 신앙안에서 이뤄지는 인격적 만남 갈구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가 주최하는 제4차 주교들을 위한 신학연수(BITA-Ⅳ)가 4월 24~26일 태국에서 '아시아에서 근본주의와 상대주의 : 젊은이들 삶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열렸다. FABC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인 박준양(가톨릭대 성신교정) 신부는 이번 연수에서 발제자로 나서 '근본주의와 상대주의 : 젊은이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를 발표했다. 박 신부는 1992년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2004년 교황청 그레고리오대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신부는 발표를 통해 아시아 청년들을 위협하는 상대주의와 근본주의를 학문적ㆍ이론적으로 아우르는 동시에 현장 사례를 풍부하게 다뤄 각국 주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 신부 발표문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FABC 공식 문헌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발표문을 요약, 소개한다.




최근 아시아 각국 교회에서 젊은층이 교회를 떠나가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근본주의와 상대주의 만연으로, 이에 대한 신학적 분석과 사목적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근본주의를 살펴보면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종교적 근본주의고 다른 하나는 반종교적(과학적) 근본주의다.
 종교적 근본주의는 자비와 평화 같은 진정한 종교적 가치가 아닌, 그들이 비판하는 대상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적 성향을 보임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종교와 신앙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준다. 사실상 무신론과 다를 바 없는 역효과를 자아내는 것이다.

과학적 근본주의 허상 알려야

 현대 세계의 과학적 무신론은 종교적 근본주의와 다를 바 없는 배타적ㆍ적대적 성향을 띠며, 종교와 신앙을 비판하는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전투적이고 교조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현대의 과학적 무신론을 가리켜 최근의 여러 학자들은 '과학적 근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종교적 근본주의나 과학적 근본주의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실재에 대한 편협하고 배타적인 해석과 공격적 성향이다. 이들 모두는 젊은이에게 종교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남겨 교회를 등지게 한다.
 특히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고 정보화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이러한 무신론적 과학자들의 전투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주장은 젊은이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종교 이름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종교적 근본주의적 흐름들간 충돌과 갈등, 전쟁 등에 역겨움을 느끼고 지쳐버린 젊은이들에게 '종교는 악한 것이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한마디로 종교적 근본주의는 젊은이들에게 종교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고 있고 과학적 근본주의는 이러한 탈종교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렇듯 새로 전개되는 과학적 무신론의 도전과 근본주의적 흐름 간 충돌 속에서 교회는 과연 어떠한 신학적ㆍ사목적 대응을 해야 하는가.
 먼저 젊은이들에게 과학적 근본주의 맹점과 허상을 알려줘야 한다. 사실 그럴싸한 과학적 언어로 포장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본주의자들이 표출하는 것은 종교적 근본주의와 다름없는 적개심과 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은 종교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선입견과 적대감을 과학적 지식으로 포장해 설득력 있게 합리화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에게 반드시 일깨워줘야 한다. 신학과 과학은 우주의 기원과 인간 실존 신비에 대한 진리 탐구의 열망이라는 동일한 샘에서 솟아 나와, 위대한 신비를 향해 같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와 함께 과학적 근본주의에 심취해 교회를 떠나가는 젊은이들이 교회의 어떤 모습에 실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 반론과 요구에 담겨 있는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들의 지적 욕구와 영적 열망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과학적 근본주의에 대한 대응은 단순한 호교론적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진리 추구의 열망이 우리 거룩한 신앙 유산과 교회의 현재적 삶 안에서 역동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증거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오늘날 아시아는 종교문화적 전통 유산과 서구적 산업화 및 정보화의 큰 물결이 만나는 격동의 장소다. 철저한 그리스도교 신앙을 바탕으로 아시아 전통적 종교문화적 가치와 현대 과학적 흐름을 통합하는 균형 잡힌 신학적 전망을 어떻게 정립하고 가르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우리 젊은이들이 종교 다원주의와 과학주의 도전 속에서 참된 그리스도 신앙의 역동적 증인이 되게 인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늘날 아시아 교회가 당면한 참으로 급박한 과제다.


아시아 전통문화적 가치 배격

 아시아 여러 지역 교회에서 젊은층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상대주의 만연을 지적할 수 있다. 상대주의적 가치관 바탕 위에서 세속주의, 물질주의, 극단적 개인주의, 황금만능주의 등과 같은 반복음적 풍조들이 널리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절대적인 신앙적ㆍ윤리적 가치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주의를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는 철학적ㆍ윤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상대주의다. 이러한 상대주의는 절대적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계관을 의미한다. 진리라고 믿는 것들은 사실상 사회적ㆍ역사적으로 만들어진 지식에 불과하기에 상대적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광범위한 사회 현상을 포괄하는 사회문화적 에토스(ethos, 사회 집단, 민족의 특유한 관습이나 풍조)로서 상대주의다. 자기만족 추구의 문화, 즉 자기 기분에 좋은 것이면 그 어떤 것도 정당화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상대주의 문화다.

근본주의 상대주의 만연 탈종교화 현상 가속화

 특별히 사회문화적 풍조로서 아시아 청소년들에게 파고들고 있는 상대주의 문제를 보면, 무엇보다 오늘날 젊은이들 관심사가 부모 세대와 확연히 달라졌다. 1970~80년대 젊은이들 주된 관심사가 정의와 평화, 인간 존엄성과 권리에 관한 사회적 이슈였다면 오늘날 젊은이들은 개인주의와 소비주의, 그리고 정의와 행복에 관한 매우 모호한 의식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경제 위기와 낮은 취업률이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살아남으면서도 순간적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젊은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이러한 흐름에서 생명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경외심도 사라져가고 있다. 이는 높은 자살률과 낙태 현상, 무분별한 생명공학적 연구 등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생명을 중시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며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온 아시아의 전통문화적 가치는 이제 젊은이들에게 배격되고 있다.
 도덕적 가치와 정의 개념은 주관적이고 개인적 판단에 종속하는 것으로 전락해버렸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만족하며 안전하게 느끼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대주의적 가치관에서 파생되는 그릇된 사회 풍조로는 물질만능주의, 극단적 이기주의, 학교 폭력 등이 있다.
 젊은이들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아마도 그들은 힘들 때 기대거나 의지할 만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상대주의적, 물질주의적, 개인주의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젊은이들 모습에서 그들이 느끼고 있는 정신적 황폐함과 내적 좌절, 절망과 고통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교회 안의 젊은이들 역시 이러한 상대주의적 에토스에 감염돼 있다.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친교에는 분명 긍정적 측면이 있고, 그것이 청소년사목의 일부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교회 내 젊은이들 친교에는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사회문화적 풍조로서 상대주의는 지금 당장 그들에게 교회를 떠나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이에 진지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젊은이들 신앙 정체성에 분열을 가져오고 그들이 교회와 신앙을 등지게 할 것이다.


신앙선조 순교정신 재발견해야

 상대주의 가치관의 도전에 대해, 아시아 교회를 탄생시킨 신앙 선조들이 남긴 모범에서 근원적 반성을 해볼 수 있다.
 그들에게 그리스도인이 되겠다는 선택은 그 시대 모든 박해와 탄압을 거슬러 내린 용감한 결단이었고, 사회 모든 구성원들 특히 가족과 친지로부터 버림을 받아야 했음에도 굴하지 않은 결과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 질서 속에 살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오직 예수 그리스도 복음만을 '절대적' 가치로 받아들여 목숨 바쳐 이를 고백했던 순교자들 정신에서 이 시대의 종교적ㆍ윤리적ㆍ문화적 상대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모범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날엔 과거와 같은 물리적 박해와 탄압은 없지만, 오히려 더 무서운 상대주의 가치관이 교회를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 신앙 선조들 순교 정신을 재발견해 상대주의적 가치관의 도전과 위협에 대응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특히 사회문화적 풍조로서 상대주의를 극복하려면 청소년사목과 종교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젊은이들이 삶과 신앙의 통합적 차원에서, 즉 '삶을 신앙의 차원에서 그리고 신앙을 삶의 차원에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러려면 신앙과 삶의 역동성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 안에서 이뤄지는 인격적 만남이다. 젊은이들은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신앙을 살아가려고 헌신하는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감명받고 변화될 수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거울에 비친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들이 보기에는 어른들이야말로 상대주의 가치관에 오염돼 세속적 명예와 성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부정적 본보기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 스스로가 아시아 젊은이들의 진정한 스승과 부모로서, 그리고 교회 지도자로서 함께 기도하며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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