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생식술의 의료적ㆍ윤리적 문제점을 지적해온 가톨릭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구인회 교수)는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불임과 나프로테크놀로지'를 주제로 제9회 정기학술대회를 열어 국내 불임 및 보조생식술 현황을 알아보고, 인간 생식과 출산에 관한 가톨릭적 의미를 짚었다. 

　염수정(서울대교구장) 대주교는 인사말에서 "이미 태어난 아이를 사랑해주는 것뿐 아니라 아이를 잉태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면서 "수정과 임신, 출산 과정에서 부부를 소외시키거나 자녀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기술이 아닌, 부부 사랑의 행위가 자녀 탄생의 근원이 되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발달시켜 달라"고 말했다. 

　이날 대만의 알렌 테(카디널 티엔 병원 의사) 수녀는 여성의 생리주기를 관찰하며 자연적 임신을 돕는 '나프로테크놀로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발제문 요약. 

정리=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국내 불임과 보조생식술 현황 (서울대 의대 김중곤 교수)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 부부관계를 지속한 상태에서 1년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불임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가임 연령대 가운데 불임으로 고생하는 가정이 약 15%에 이른다. 국내 불임율은 결혼한 부부의 10~15%로 알려졌다. 보건사회연구원(2000년 기준)에 따르면 불임율은 기혼여성의 14%로, 전체 140만 쌍에 해당한다. 불임의 원인이 남성에게 있는 경우는 30~40%, 여성에게 있는 경우는 45~50%다. 여성의 불임 원인은 '배란 장애' '난관 및 자궁 요인' 등이며 남성의 경우 '정자 형성 장애' '호르몬 이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보조생식술에는 인공수정과 배란유도,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난자공여 등이 있다. 국내 불임치료가 시행된 것은 1985년으로, 현재 불임 환자를 위한 다양한 보조생식술이 시행되고 있다. 1993년 5월에 제정된 '인공수태 윤리에 관한 선언'에 의해 인준된 인공수태시술 의료기관은 시술내용을 대한의사협회에 보고하게 돼 있다. 2011년 6월 현재 시험관 아기를 다루는 의료기관은 148곳이다.

　▨부모됨의 의미와 보조생식술의 윤리적 의미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정재우 신부)

　자녀는 부부가 주문해서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다. 보조생식술을 이용하는 부부에게 부모됨은 육체적 결합이 배제된 채 단지 주관적인 '원함'에 의해 결정되는 대상으로 환원된다. 자녀를 잉태하는 행위가 사랑이 결여된 채 단지 부부의 주관적 결정에 따라 자녀를 만들어내는 기술적 조작으로 환원되면 부모됨은 '개인주의적 행복추구권'을 행사하는 기술적 과정에 불과하다. 보조생식술은 부모와 자녀의 몸을 물질로 다룬다. 부부는 자신의 원의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의료진에게 물질처럼 다루도록 넘겨준다.

　보조생식술에 대한 윤리적 판단의 기준은 인간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 성(性)과 출산의 인격적 의미를 보존하는 것이다. 보조생식술을 윤리적으로 용인할 만한 것이 되려면 인간 배아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사용하거나 파괴하는 행위가 배제돼야 한다. 부부가 아닌 제삼자의 생식세포를 이용하거나 제삼자의 자궁을 사용하는 행위가 배제돼야 함은 명백하다. 부부의 사랑, 출산과 부모됨은 가장 인격적 행위(사건) 중 하나다. 

　▨출산과 자연출산조절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강인숙 연구원)
　부부 행위는 사랑의 행위여야 하며 인격의 일치여야 한다. 인간은 여자의 가임주기와 비가임주기에 따라 출산을 조절할 수 있다. 

　의사인 존 빌링스 박사는 1953년 배란기에 자궁경부의 세포들이 분비하는 미끈한 점액을 발견했다. 빌링스 박사는 배란을 알려주는 표지로 점액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여성들의 협조로 표준 점액 유형이 등장했으며 점액을 통해 가임기를 인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점액이 맑고 투명할 때 임신이 잘 된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나프로테크놀로지의 내ㆍ외과적 수술을 통한 불임치료 (알렌 테 수녀)
　나프로테크놀로지(NaproTechnology)는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주기를 회복시켜 생리주기와 가임기가 맞도록 고안된 치료법이다. 자연출산조절을 향상해 불임 및 난임 부부의 자연적 임신이 성공하도록 돕는다. 

　나프로테크놀로지는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 토마스 힐거스(Tomas Hilgers)가 개발한 것으로, 여성의 생리주기와 건강을 관찰해 정상적인 생리주기를 회복시켜주고 기능 장애를 교정하는 내ㆍ외과적 처치가 포함돼 있다. 나프로테크놀로지는 단순히 불임을 기술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입양도 지원한다. 대만에서는 2005년에 나프로테크놀로지를 시작해 현재 카디널 티엔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 2명과 가정의학과 의사 1명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